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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기업 회생, 차입매수 구조 문제·신용등급 추락·대형마트 미래

by sparkino 2025. 4. 29.

1997년 삼성그룹의 유통 계열사로 출발했던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이마트에 이어 2위 자리를 굳히며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불과 며칠 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직후 터진 소식이라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관련 이미지

1. 차입매수의 덫: 7조 원 인수가 남긴 족쇄

홈플러스는 2015년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부터 복합적인 위기의 씨앗을 안게 됐습니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무려 7조 2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지만, 이 중 4조 원 이상을 홈플러스 자체를 담보로 잡은 은행 대출로 조달하는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홈플러스 입장에서 보면 하루아침에 거대한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차입매수 이후 홈플러스는 매년 1천억 원이 넘는 이자 비용과 대규모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매출은 정체되었지만, 고정비 지출은 줄어들지 않았고, 그 결과 점포 확장, 리뉴얼, 물류 시스템 개선 같은 중장기 투자 여력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한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전략으로 점포를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현금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고정비 부담을 오히려 늘리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결국 홈플러스는 고객 니즈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점점 노후화된 점포, 낙후된 쇼핑 환경, 온라인 전환 속도 지연이라는 삼중고를 겪게 됩니다. MBK는 단기 수익 개선에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투자 부재, 신성장동력 부재는 시간이 갈수록 홈플러스를 점점 더 시장 변화에 뒤처지게 만들었고, 이 모든 문제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누적되어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2. 잇단 신용등급 추락과 유동성 위기

홈플러스는 2024년 하반기부터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른 등급 강등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 대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 고정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 미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 주요 이유였습니다. 2024년 2월에는 A3-까지 등급이 내려갔고, 2025년 3월 기업 회생 신청 직후에는 B등급으로 추가 강등되며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신용등급 하락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형마트 비즈니스는 재고 회전율이 빠르고, 상품 대금 결제 시기에 따라 단기자금 운용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CP(기업어음) 발행과 회사채 차환이 어려워지고, 단기자금 조달 금리는 연 10%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말 메리츠 등에서 고금리 차입을 통해 빚을 겨우 돌려막았던 것도 한계 상황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6개월 내 상환해야 할 단기부채가 2천억 원,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가 1조 원에 달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500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극심한 유동성 갭(gap)은 단순한 일시적 어려움을 넘어선 '구조적 파산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미 일부 납품업체들은 정산 지연을 우려해 출고를 중단하거나 현금 결제를 요구하고 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 소식이 확산되며 신뢰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3. 온라인 전환 시대, 대형마트의 미래 전략

홈플러스의 위기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계가 직면한 거대한 구조 변화와도 깊게 맞닿아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단순 오프라인 방문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게 되었고,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은 빠른 배송, 모바일 편의성,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온라인 대응이 매우 더뎠습니다. 온라인몰 구축은 경쟁사 대비 늦었고, 물류 인프라나 배송 속도, 데이터 분석 역량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일부 점포에서는 매장 픽업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이용률은 낮았습니다. 반면 쿠팡은 전국적으로 풀필먼트 센터를 확대하며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했고,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홈플러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회생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보유 부동산을 물류허브로 재편해 O2O(Online to Offline) 하이브리드 모델을 강화하고, ▲PB(Private Brand) 차별화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며, ▲리테일 미디어(광고 사업)와 간편 결제, 구독 서비스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또한 ▲ESG 경영을 기반으로 한 지역 밀착형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고객 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맞춤형 프로모션을 확대해야 장기적 생존이 가능합니다.

회생을 통해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한다고 해도,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는 결국 시장에서 점점 더 존재감을 잃게 될 것입니다. 홈플러스의 선택은 앞으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방향성까지 결정지을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은 단순한 재무 리스크를 넘어, 구조적 투자 부재와 시장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한 결과물입니다. 이제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 절차를 통해 빚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업 모델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고객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미래 세대 소비자들과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기 속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만이 홈플러스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