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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성장이야기 (테라실패, 배틀그라운드, AI-First 전략)

by sparkino 2025. 4. 28.

2007년 두 개발자가 의기투합해 세운 스타트업 ‘블루홀’은 첫 작품 테라의 좌절과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 성공, 그리고 생성형 AI를 결합한 인생 시뮬레이션 inZOI로 이어지는 18년간의 드라마틱한 궤적을 써 내려갔다. 6000자 이상 분량의 이 글은 창업 초창기 자금 조달 과정부터 논타깃 액션, 배틀로얄 장르 확산, AI·메타버스 전략까지 크래프톤의 굴곡진 성장사를 세밀하게 기록한다. 국내 3N(넥슨·NC·넷마블)이 흔들리는 사이 새 ‘빅3’로 부상한 크래프톤의 실패·학습·혁신 경로는 한국 게임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대작 한 방’ 의존 구조의 위험, 스트리머 기반 바이럴 마케팅의 위력, 그리고 AI 기술 내재화가 가져올 제작 패러다임 변화는 동종 업계뿐 아니라 콘텐츠·IT 전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글은 방대한 연표·숫자·사례를 곁들이되 서사의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배치했으며, 게임 비전공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설명과 비유를 충분히 담았다. 비즈니스·기술·문화 세 축을 따라가다 보면 “왜 크래프톤이 한국 게임업계의 희망으로 불리는가?”라는 질문에 자연스러운 답을 얻게 될 것이다.

크래프톤 성장이야기 관련 이미지 배틀그라운드

1. 테라 실패가 남긴 값비싼 교훈, “대작 한 방에 회사를 걸지 말라”

2000년대 중반 한국 MMORPG 시장은 NC소프트 리니지,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양분하고 있었다. 리니지2 핵심 개발자 박용현은 성공의 후광만큼 커지는 기대 탓에 “외부 법인에서 리니지3를 만들자”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사표를 던졌다. 같은 시기 1세대 메신저 ‘세이클럽’과 검색 엔진 ‘첫눈’을 잇달아 매각해 350억 원을 손에 쥔 장병규는 한국 벤처 2세대로 변신하며 “글로벌로 통할 산업은 게임”이라는 직감을 굳혔다. 두 사람은 2007년 여름, 장병규 자택 거실 테이블에서 만났다. 박용현은 “3년 300억 원만 주면 논타깃 전투가 들어간 차세대 MMORPG를 만들겠다”고 호언했고, 장병규는 리니지2를 완수한 스타 개발자와 NC 베테랑 100여 명의 합류 소문에 흔쾌히 베팅했다. 회사명은 바닷속 거대 싱크홀을 의미하는 ‘블루홀’로 정했다. “깊고 넓은 구멍처럼 기존 게임사들을 삼켜 버리겠다”는 포부였다. 프로젝트 테라는 물리 연산·실사급 텍스처·논타깃 액션이라는 당시로선 파격 기술을 품었지만, 개발 기간이 3년에서 4년, 30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불어나자 ‘자금 블랙홀’이란 오명이 붙었다. 출시 직후 동접 26만 명, PC방 점유율 1위 등 겉보기는 화려했으나 PvE 중심 설계 탓에 콘텐츠가 넉 달 만에 바닥났다. 정액제 모델은 무료화로 급선회했고, 일본 출신 기획자들이 제안한 ‘엘린 수영복’ 유료 코스튬이 하루에만 억 단위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 재정은 가까스로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블루홀 내부는 ‘콘텐츠 제작 대마(大魔) 프로젝트’로 지쳐 있었다. 당시 장병규 의장은 “4년씩 걸리는 대작 한 방에 인생을 걸면 벤처의 빠른 피드백이 사라진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그는 제작비 30~50억 원, 인력 30~50명, 개발 기간 1~2년 규모의 단기 프로토 스튜디오를 여러 개 흡수·합병해 ‘연합군’ 형태로 바꾸기 시작했다. 또한 “개발자에게 희망고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6개월마다 중간 빌드를 평가해 실패 조기 정리·핵심 인력 재배치 제도를 도입했다. 테라 실패는 크래프톤 리스크 관리 매뉴얼 1장에 ‘롱텀 싱글타이틀 위험’ 항목을 새겨 넣었다. 이 위험 회피 전략이 훗날 배틀그라운드를 낳는 토양이 되었다.

2. 배틀그라운드: 40억·30명·12개월이 만든 기적, 트위치가 불붙이다

2016년 1월, 블루홀 산하 소형 스튜디오 ‘진도게임즈’ 소속 김창한 PD는 “1년 40억이면 FPS 배틀로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FPS 경험이 없던 그에게 장병규는 “배틀로얄 모드 창시자”로 유명한 아일랜드 개발자 브렌던 그린(PlayerUnknown)을 데려오면 승인하겠다 조건을 걸었고, 김창한은 일주일 만에 그린과 화상회의 일정을 잡아 조건을 충족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PUBG(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팀은 30명 남짓, 서버 아키텍처와 안티치트 솔루션을 제외하면 대부분 언리얼엔진 기본 기능에 의존한 ‘경량 개발’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2017년 3월 스팀 얼리액세스 출시 당일 22만 명 시청자를 기록한 트위치 스트리머 ‘DrDisRespect’의 방송이 입소문에 기름을 부었다. 출시 3일 만에 40만 장(연간 목표치)을 돌파했고, 39일째 200만 장, 4개월 만에 400만 장·매출 1,000억 원을 찍었다. ‘우승하면 치킨을 먹는다(치느님)’ 밈이 SNS를 덮치며 PUBG는 2018년 스팀 역대 동접 325만 명 1위, 콘솔 포함 판매량 7천만 장을 달성했다. 같은 해 텐센트와 손잡고 출시한 PUBG 모바일은 3개월 만에 중국 제외 다운로드 1억 회를 돌파하며 2020년까지 누적 매출 15조 원을 기록, 배틀그라운드 브랜드 전체 가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2021년 8월 크래프톤은 시가총액 24조 원으로 코스피 상장, NC소프트를 제치고 순간적으로 ‘국내 게임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장외에서 “배그 원툴”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로그라이크 미스트오버, MMORPG 엘리온, 호러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후속 타이틀이 혹평과 흥행 부진을 겪으며 매출 구조가 단일 IP에 과도하게 쏠려 있음이 드러났다. 2023년엔 넥슨과 영업비밀 소송을 벌이던 다크 앤 다커 모바일 퍼블리싱 계약 발표로 ‘표절 게임 구원투수’라는 비판 여론도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장병규·김창한은 “PUBG의 성공은 기적이 아니라 개발 전 과정을 데이터화·모듈화한 결과”라며 설계·운영 노하우 30여 개를 매뉴얼로 정리, 모든 신규 스튜디오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위치·틱톡·디스코드’ 3각 커뮤니티 몰입 구조와 글로벌 크로스플레이 대응 서버 기술은 크래프톤이 여전히 업계 톱티어라는 증거로 남아 있다.

3. AI-First 전략과 inZOI, “원툴에서 유니버스 기업으로”

배틀그라운드 호황 후에도 내부 위기감은 컸다. 김창한 CEO는 2022년 “게임 → 플랫폼 → AI → 유니버스”라는 10년 비전을 발표, 연 매출 20% 이상을 R&D에 재투자하는 공격적 기조를 천명했다. 서울·판교·샌프란시스코에 흩어진 100여 명의 AI랩은 언어 모델·이미지 생성·음성 합성·모션 캡처 자동화·경량화 LLM 등 다섯 개 트랙으로 나뉘어 게임 파이프라인과 직접 연동되는 내부 툴을 제작했다.   2023년 가을 출시된 실험작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대화형 NPC가 플레이어 자유 입력을 즉시 받아들여 수십 가지 추리 루트가 열리는 ‘AI 서사 분기’를 시연하며 오픈AI 연구진마저 초청 세미나를 열게 했다. 이어 3인 개발·4주 제작·100% 생성형 소재로 완성한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흉악흉박충북킹루르핑은 “초단가 프로토타이핑”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 모든 기술이 총집결한 프로젝트가 2025년 3월 28일 얼리액세스로 출격한 inZOI(인조이)다. 언리얼엔진5의 나노·루멘 기술로 구현된 도시·자연 환경은 광원·질감·기후 변화가 실사급이고, 400여 개 심리·관계 파라미터로 작동하는 AI NPC는 플레이어 언어·행동·이모티콘까지 실시간 학습해 ‘살아 있는 이웃’이 된다. 이미지 한 장만 드래그 드롭하면 3D 가구·의상·소품이 자동 생성되는 ‘AI 3D 프린터’, 음성 감정 분석을 통해 캐릭터 표정·행동을 즉시 반영하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 매일 30분 플레이만 해도 지역 뉴스·SNS 트렌드가 도시 경제·패션·음식 문화에 반영되는 ‘라이브 월드 업데이터’가 핵심 USP다.   inZOI는 스팀 위시리스트 1위를 달리며 론칭 72시간 만에 동접 50만 명, 판매 200만 장을 넘겼다. 크래프톤은 “inZOI-Verse”를 선언, 크리에이터가 만든 캐릭터·아이템·시나리오를 블록체인 기반 권리 관리 솔루션 CraftChain에 등록해 타 게임·메타버스·웹툰·드라마로 확장하는 크래프톤 유니버스 로드맵을 공개했다. 3N 시대를 잇는 ‘N3’(넥슨·네오위즈·뉴 크래프톤) 재편 시나리오가 거론되며 투자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내부에서는 “AI 윤리·개인정보·저작권 이슈를 해결해야 지속 성장 가능하다”는 자기반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병규 의장은 “우리가 게임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테크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로 두 번째 창업 의지를 드러냈다.

 

크래프톤의 역사에서 테라는 실패의 교본, 배틀그라운드는 기회의 창, inZOI는 확장의 열쇠다. ‘대작 한 방’의 그늘을 지나 데이터·커뮤니티·AI가 결합한 복합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 중인 지금, 크래프톤은 다시 한 번 한국 게임업계의 ‘큰 형님’ 반열에 오를 기로에 서 있다. AI 기반 차세대 IP가 안착하고 윤리적·법적 과제를 해결한다면, 크래프톤은 넥슨·NC를 넘어 글로벌 스토리 유니버스 기업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inZOI가 열어 갈 다음 20년, 그 도전의 여정을 주목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