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식스 이야기 (젤 시리즈·고프코어·글로벌 확장)

by sparkino 2025. 5. 3.

1949년 ‘오니츠카 타이거’에서 출발한 아식스는 전후 일본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세계 스포츠 선수에게 최상의 기능성을 제공해 왔다. 한때 ‘최대 입시템’으로 기억되던 이 브랜드가 2020년대 들어 고프코어·Y2K 붐을 타고 패션 아이콘으로 재탄생했다. 젤 시리즈 복각과 공격적인 컬래버 전략, 그리고 글로벌 시장 공략까지—아식스의 제2 전성기를 만든 결정적 변수를 살펴본다.

아식스 리셀 관련 이미지

1. 젤 시리즈 부활이 촉발한 리셀 대란

1990년대 후반 아식스 스포츠공학연구소가 개발한 젤 쿠셔닝 시스템은 ‘젤 카야노’로 대표되는 러닝화 명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패션 시장에서의 주목도는 낮았다. 모든 것이 뒤집힌 건 2022년 젤 카야노 14·1130·1090의 헤리티지 복각이었다. 실버·메탈릭 계열 러닝화는 고프코어 아웃핏과 궁합이 뛰어나 MZ 세대 SNS 피드에 급속도로 번졌다.

리셀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예컨대 JJJJound×아식스 젤 카야노 14는 정가 18만 9,000원에서 국내 플랫폼 최저 91만 원, 최고 12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contentReference[oaicite:6]{index=6}. 미국 StockX 12개월 거래가 역시 227~443달러 범위에서 최근 1,600달러 고점을 기록했다:contentReference[oaicite:7]{index=7}.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불러일으킨 추억 열풍도 한몫했다. 극중 정대만이 신은 젤 PTG MT가 재조명되면서 국내 매물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팬들은 해외 직구에 몰렸다.

젤 시리즈의 폭발적 재평가는 기능성·역사성·한정판 희소성이 만들어 낸 삼각 시너지다. 편안한 착화감과 레트로한 실루엣이 동시에 보장되니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Z세대에게 설득력이 컸다. 여기에 러닝화 DNA를 지닌 브랜드가 패션 필드를 잠식한다는 역발상 매력까지 더해져, ‘나이키·뉴발란스를 넘어서는 차별화’ 프레임으로 확산됐다.

2. 고프코어 - Y2K 트렌드와 맞물린 브랜드 리포지셔닝

아식스는 2000년대부터 오니츠카 타이거를 레트로 스니커즈 라인으로 키우며 패션 가능성을 실험해 왔다. 그러나 2020년대 초반 ‘고프코어’와 ‘Y2K’가 동시에 부상하자 모회사 아식스 브랜드 자체를 스포츠스타일(SportStyle) 카테고리로 재정의했다.

  • 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글로벌 검색량을 모니터링해 2023년 2월~3월 ‘Asics’ 키워드 일평균 검색이 5년 전 대비 511 % 급증했음을 확인, 제품·마케팅 타이밍을 앞당겼다.
  • 국가별 맞춤 라인업: 한국 전용 컬러웨이와 트레일 인스파이어드 모델을 출시해 ‘고프코어 성지’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
  • 셀럽·인플루언서 협업: 봉태규, 레드벨벳 슬기, 피터사이즈 등이 젤 1090·벤처 6 코디를 자연스럽게 노출, “힙한 아빠 운동화” 이미지를 덧입혔다.
  • 디자이너 컬래버 확대: 키코 코스타디노브·마땡킴·앤더슨벨·디비전 등 패션 하우스와의 합작으로 한정판을 연속 출시해 ‘아식스 = 컬래버 맛집’ 인식을 고착.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아식스코리아 2023년 매출 1,097억 원, 영업이익 136억 원으로 각각 18 %·79 % 급증했다:contentReference[oaicite:8]{index=8}. 본사도 2024 Q1 스포트스타일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51.7 % 성장했다고 밝혔다:contentReference[oaicite:9]{index=9}.

즉, 고프코어·Y2K 유행이 ‘러닝 기술 브랜드’ 아식스를 ‘패션 유니콘’으로 변신시킨 트렌드 레버 역할을 한 셈이다.

3. 글로벌 확장 가속과 1조 엔 클럽 진입

패션 열풍은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2024년 6월 아식스 시가총액은 1조 7,000억 엔을 돌파하며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본사 실적도 역대 최고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2024 Q1 매출 1,741억 엔(+14.3 %), 영업이익 338억 엔(+52.9 %)으로 사상 최대 분기 영업마진 19.4 %를 달성했다:contentReference[oaicite:10]{index=10}.

다음 스텝은 ▲인도·베트남 등 신흥시장 러닝 붐 선점 ▲스포츠스타일 DTC 비중 50 % 달성 ▲탄소 감축 ‘겔라이트 III CM 1.95’ 같은 ESG 라인 확대다. 아식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매출 7,500억 엔, 영업이익률 15 %”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미 북미·중국에서 젤 카야노 14·1130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하며 ‘패션+퍼포먼스 투트랙’이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contentReference[oaicite:11]{index=11}.

즉, 아식스는 ‘젤 시리즈 복각 → 패션 붐 → 글로벌 실적 레버리지’라는 선순환 구조로 제2 전성기를 굳혀가고 있다.

아식스는 75년 헤리티지, 젤 기술, 그리고 문화적 감수성을 하나로 묶어 스포츠·패션 경계를 허물었다. 레트로 감성을 그대로 살린 젤 시리즈가 고프코어 트렌드를 만나며 “기능성은 기본, 스타일은 필수”라는 새 공식이 탄생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창립 정신이 이제 건강한 브랜드에 건전한 컬처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도 아식스가 러닝 DNA와 패션 혁신을 어떻게 조합해 나갈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