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한때 탄탄한 재무구조와 공격적 확장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롯데그룹은 부도설, 계열사 부진, 차입 경영의 부작용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위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롯데그룹 위기의 실체와 원인, 그리고 향후 과제를 깊이 있게 분석해봅니다.
1. 롯데 부도설, 무엇이 불씨가 되었나?
2024년 11월, 금융시장을 뒤흔든 롯데그룹 부도설이 확산됐습니다. \"롯데, 제2의 대우그룹처럼 붕괴 위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찌라시가 돌면서 하루 만에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는 5%~10%가량 폭락했습니다. 찌라시의 핵심은 롯데그룹 전체 차입금이 39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연말까지 일부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면 부도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 시장 불안을 부채질했습니다.
실제 2024년 9월 말 기준,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들의 총 차입금은 약 35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2020년 대비 10조 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2차전지, 유통,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한 결과였습니다. 공격적 확장이 결국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킨 셈입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5조 원, 부동산 자산 가치는 약 56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호텔롯데 소유 부동산만 해도 상당한 가치가 있어, 당장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 심리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재무약정 위반 사태가 터지면서, 그룹 전반의 신용 위기가 재조명됐기 때문입니다. 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 몰린 롯데케미칼은 결국 국내 최고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두어야 했습니다.
2. 계열사 동반 부진, 롯데그룹의 구조적 문제
롯데그룹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핵심 계열사들의 동반 부진입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한때 그룹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담당하던 핵심 캐시카우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석유화학 업황 악화, 중국 내 수요 감소,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 원 적자, 2023년 3,477억 원 적자에 이어 2024년에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이는 롯데그룹 전체 재무구조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향후 석유화학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국, 중동 국가들이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쇼핑 역시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 시장 철수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이후, 국내 유통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뒤처지면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모두 매출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부실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시장 전체가 경색되면서, 롯데건설도 약 5조 원 이상의 우발채무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만약 부동산 시장이 추가 침체하면 롯데건설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 연쇄적인 충격이 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3. 차입 경영의 그림자, 신동빈 회장의 선택
롯데그룹의 위기는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스타일 차이에서도 비롯됐습니다. 신격호 회장은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며 안정성과 실리를 중시했지만, 신동빈 회장은 글로벌 확장과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 자금을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반부터 신동빈 회장은 대규모 M&A에 나섰습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삼성화학 계열사 인수 등은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지만, 동시에 그룹 부채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삼성 계열 화학사들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경기 하강기에 접어든 후 대규모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2차전지 소재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도 단기간 수익성 개선에 실패하면서 그룹 재무구조 악화에 일조했습니다.
결국 롯데는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등 알짜 자산들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심지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제공하게 된 상황입니다. 이는 그룹 전체가 유동성 압박을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방증합니다.
향후 롯데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외형 확장에만 몰두하는 전략이 아닌, 수익성 강화와 핵심 사업 재편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롯데의 생존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차입 경영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수적인 경영 기조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롯데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롯데그룹 위기의 실체를 정리해드렸습니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만으로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구조적인 체질 개선과 전략적 사업 재편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롯데그룹은 직시해야 합니다. 앞으로 롯데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